태양의 붉은 옷자락 춤을 추는 한낮이었는데 마당은 벌써 어둑해지고 있었지. 하늘에서 깨진 유리창처럼 팽팽한 긴장이 무너져 내리고 잠시 담벼락에 꽂인 사금파리가 반짝 빛을 토할 때 세상은 침묵에 잠겨버렸어. 슬픔이라고 말하기에는 가슴이 너무 먹먹하여 눈물 몇 방울 쥐어 짜보았지만 이미 차가운 겨울바람은 두 눈의 눈물샘을 막아버렸더군. 언제 내릴지도 모르는 봄비를 기다려 보고 싶지만 이젠 늦어버린 시간.
한 삶이 지고 있었지.
고목나무 가지 툭툭 부러지는 소리는 오래 전부터 살금살금 뒷문으로 빠져나가고 있었어. 어둠에 갇힌 나는 내 몸의 뼈다귀를 빠드득 씹어 먹은 후 마지막으로 목젖까지 꼭꼭 씹어 삼켜버렸지. 하얀 종이꽃 나뒹구는 길 위에서 길 없는 하늘길로 상여소리 훨훨 날아간 자리, 껍데기들만 남아 젖은 속눈썹을 말리고 있었어.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슬픔을 지우면서.
이운정(2010-02-02 19:16:55)
이글을 읽으면 또 뭉클함
나도 나이먹음인가?
눈가가 시큰시큰함은
또 가슴이 먹먹함은?
안녕하시지요.
유채 이향숙(2010-02-05 08:58:01)
어떤 글로도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는 슬픔...슬픔 그 자체.
힘내시길 바랍니다.
관리자(2010-02-09 09:15:41)
다시 뵐 수 있어 반갑습니다. 동안 안좋은 일이 많으셨나 봅니다. 힘내시고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박가월(2010-02-09 18:49:28)
슬픔을 시로 토해낸 것입니까
상여소리 훨훨 날아간 자리, 껍데기들만 남아 젖은 속눈썹...
좋은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슬픔 뒤엔 좋은 일도 있습니다...건강하십시요!
여규용(2010-02-10 09:12:42)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힘든일 많으셨지요?
우리 언젠가는 반갑게 마주 않아 술잔기울이며
가슴속이야기 어루 만져 줄날을 기다려 봅니다.
화이팅 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