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씨앗 바람을 기다리다 / 최해춘
생애, 단 한 번의 자유는 먼 곳으로 날아가는 일이란다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손의 바짓가랑이에 묻어가도 되도록이면 멀리
긴 시간의 여행이어야 한다
뿌리를 박고 사는 일이란 지겹고 답답하여
이파리 흔드는 바람의 손길에
꽃대 밀어 올리고
장님처럼 더듬거려 이웃집 문고리 한 번 만져보는 게 전부였다
노란 눈망울의 한 생 저물고 있다
새하얀 머리의 민들레, 씨앗을 이고 바람을 기다린다
되도록이면 세찬 바람을 타고 가야해
멀리 날아가서 양지쪽 너른 벌판에 자리 잡아야 돼
뿌리를 박으면
그 땅이 바로 네 무덤인줄도 알아야 돼
늙은 어미가 골목 어귀에서 자식들 떠나보내고 있다
밥 많이 먹고 등 따뜻하게 살라고
새하얀 머리의 어미가
소문으로만 듣던 머나먼 땅으로 자식들 떠나보내고 있다
[계간 서정시학 2010년 봄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