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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오 
Subject  
   지폐에게 휴식을
밤을 타고 내게로 건너온 몇 장의 지폐를
지갑에서 구출시킨다
비슷한 생김새로도 지나온 이력들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
만난 주인들의 탓이겠지만

난전의 전대 속에 쑤셔박히고
은행의 금전출납기에서 정신못차리게 점호를 받고
주홍글씨 쓴듯 낙서를 몸에 새기며

가는 곳마다 자신을 적응시키기에 고단하였을
저들의 겉모습에서
구겨지고 찢긴 고난의 상처가 보인다

그들에게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사나흘씩
여정의 굴곡이 심하여 온 몸이 구겨진 것들은 목욕도 시켜서
잠 재우고 휴식을 준다

어떤 때엔 시집에서, 어떤 때엔 소설집에서  
시와 소설도 읽고 그림도 감상하며
꿈에서도 글을 읽고
이 적멸보궁의 여유로움에 물들어
구겨진 역경들이 펴지고 굴곡이 사라진 평온에
온화해지는 모습들이 고맙다

분주하게 무엇엔가 홀려 가는
어지러운 세태를
몸으로 살아온 모습들,

말 없이
빤히 바라보는 면면이
숨비소리 잦아지고
탁한 세류의 찌끼들 가신  
다만 며칠 간의 휴식이지만

다시 세상에 나가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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