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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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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콜 중독자의 변명
이슬의 맑은 삶은 애초부터 너무 멀었나? 길은 터널로 어둡고 걸음은 자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아픔은 또 다른 분화구 되어 세상을 향해 불을 뿜어 다시 상처를 부르고.

허공은 모두 벽으로 길을 막고 마알간 하늘이 무거워 심장이 아파 올 때 눈물처럼 맑은 것과 나를 모르게 하는 무엇이든 마시고 싶다. 마실수록 술과 물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꿀물이 되어 환한 풍경 모두가 이내 낀듯 흐릿함에 얼룽이는 시각으로나 속이 맑아지는 나날인데, 내 무능과 주벽의 모래밭은 아내의 독설의 파도에 무차별로 포격 당하여 영혼 구석구석 상처 가실 날 없어 지쳐 갈 때쯤 죽음은 벼락처럼 내 이름을 부르는구나.

돈과의 밀애를 즐기던 그녀는 집 한 채 판 돈 사채놀이에 날리자 사생결단으로 덤비다가 원금 회수는 커녕 실성을 사랑으로 받으니 척박해지는 일상은 가정도, 설움도, 절망도, 사랑도, 먹고 사는 일자리도 사치일뿐야. 믿을 구석이라곤 퇴근길 모퉁이 선술집, 기진한 참새의 방앗간에서 안주는 독기 가득 생을 고집하는 풋고추 서너 낱과 알몸 가리고 싶은 달걀말이에 소맥으로 삽시간에 벌컥벌컥 털어 넣으면 영하의 겨울바람이 훈훈한 온정 되어 위로하며 어깰 토닥이네.

움이 트려는지 붓고 피 나는 잇몸은 치아를 솟구치고, 알콜성 간염은 날마다 수치를 높이고 알콜성 치매는 방금 말한 것도 들은 것도 날려버리고 심장은 허혈성에 세 발자국만 움직여도 쌕쌕 숨차고 항문도 꽃이 되려 부풀고 쓰라리다. 실성은 전염병이 되어 내게로도 왔다. 혼자 주절거리며 걷는 걸음은 어둡고 어두운 골목으로만 발길을 몰고, 퇴폐가 찍찍 쥐 노래와 함께 피어나고 남루가 미덕인 뒷골목엔 연분홍 불빛 아래 창부가 부르는 다정이 휘파람 소리로 다가와 시린 겨울을 잊고, 아픈 추억도 잊고, 사랑도 잊고, 잊고 잊고 또 잊는 기력의 원천이 되네.

빈 하늘에서 누군가가 이 취객을 향해 던지는 비웃음이 환청으로 들리네. 방화사 항아리에 담배를 쑤셔박고 힘껏 걷어 차지만 옹기는 무언이다. 멀리 사는 동창에게 술독으로 치아 빠진 바람 새는 목소리로 '나는 술은 못 끊어' 하며 전화를 하자 '술이 밥이가, 일하느라 바쁘다, 어서 가서 잠이나 자라.' 하고는 끊어버리니 눈시울에 물기 번지네.

차마 숨줄은 못 끊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는데, 불안의 꽃 만발한 채 세상에 내민 얼굴 어쩌지 못하는 심사는 숨어서 어둠을 기는 벌레구나. 나이 50이 눈 앞인데 더 자랄 키가 있는지 이 아픔 넘어서면 또 한번 성숙해지려나? 어서 많이 아파 보자, 머잖아 날씨 쾌청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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