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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용주(2017-08-30 13:25:50, Hit : 118
 무진장

무진장
           배용주


안개가 눕는다
산봉우리도 주저앉고
바람에 누운 풀들처럼
마을도 바람에 쓸리듯 흔적이 없다
길섶 나무는 자리바꿈하는지 삐거덕거리고
강물도 길을 잃고 휘어지는지 물새가 울어댄다
무진장에서 슬픈 짐승에게는
들창에 빛들 날 없어
날이 밝아도 안갯속이고
어두운 밤에도 슬픔 속이니
한소끔 풀어 놓은 안개는
그늘의 고비를 넘지 않는다

그러는데도 어쩌자고, 나는
말로만 듣던 무진장을 애잔하게 그려대는지
말끝마다 무진장, 무진장,
그 어느 산골에 살고 싶다 하는지
보이는 건 청피(靑皮) 능선
모시치마 곱게 가린 산골
철 따라 산채 내음에 취해
한 움큼 새소리 처마에 달아주면
무진장은 내가 꿈꾸던 말문의 빙점
결코 지울 수 없는 꽃눈

나 오늘
한 짐 생각을 빈집 마당에 부려놓고
죽피처럼 맑은 무진장 아침을 생각하다
안개 낀 생각의 강가로 나서는데
한나절 지나도록
안개 뒤에 숨어 안부 없는 친구는
젖은 나방처럼 느리게 몸을 말리고 있는지
무진장 안개만이 짙다



전성재 (2017-08-31 17:48:13)  
왜 그 친구는 안개 뒤에 숨어 안부가 없을지 무진장 걱정이 됩니다 벌써 가을이 이만치 왔습니다 참 시간이 빨리도 가네요
잘 지내시지요?
배용주 (2017-08-31 17:50:18)  
네, 염려덕분에 잘 있습니다. 이번모임 때 될수있는 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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