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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용주(2017-08-07 17:01:08, Hit : 140
 크레노스의 시간을 훔치다

크레노스의 시간을 훔치다
                               배용주


차 한잔을 달이고
물 먹인 한지에 붓을 긋는다
한낮의 길 위에 팽창할 대로 팽창한 여백이
먹물의 잔가시처럼 꽃을 피운다

틈새에 정을 꽂고 망치로 내려친다
쩡 쩡 쩡 내려칠 때마다
숲의 모서리가 깨지고
거친 나무의 사선이 어긋나고
꽃들의 자유곡선이 부서진다

견고한 실선이 파선으로 흩어지면
아침을 무지르던 새 떼의 날갯짓도
허공에 박히고
바다로 떨어지던 폭포수는
갈 길을 잃지만

할머니가 지팡이를 바닥에 찍는 순간
아이가 동전을 하수구에 빠뜨리는 찰나
트럭의 소주병이 도로로 뛰어내리면
빛의 꽃은 비로소 향기를 읽는다

틈과 틈새의 조각들이
주머니 속에서 잘랑거린다



유채 이향숙 (2017-08-08 07:41:23)  
물의 껍질과 연장선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마치 불법 벌목하고 생태계인 바다를 메워 행복하게 살고 싶은 집을 짓는다는 아이러니하고도 모순적인 우리 자신을 보는듯 해서 흠찟 놀랩니다.
배용주 (2017-08-09 16:18:49)  
모순과 모순이 모여 행복과 사랑을 가정한 순간이 되겠다 싶기도 합니다. 더운날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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